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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코카서스3국

[시베리아횡단열차] 시베리아 여행, 러시아 여행, 이르쿠츠크-모스크바 구간, 69번 열차 후기

by 동진동 2019. 9. 8.

안녕하세요 동진동입니다.

이르쿠츠크에서 3박을 한 뒤 다시 모스크바까지 가는 횡단열차를 타러 갑니다. 한번 타고 왔더니 또 한번 그 좁은 공간에서 박혀 있을 생각을 하니 조금 싫습니다. ㅎㅎ

우선 한인마트에서 식량을 삽니다.

이르쿠츠크 기차역 근처 한인마트

저희 열차가 원래는 16시 30분 출발이였는데 약 한시간 남은 시점에서 갑자기 한 시간 더 지연된다고 통보받아서 근처 한인마트에 가기로 합니다. 걸어서 약 15분? 20분? 걸렸네요.

김자반, 한국컵라면, 햇반 등을 구매합니다.

우린 알둥이

역시 한국 육개장입니다. 너무 맛있어요. 얼마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하루에 세끼씩을 꼬박꼬박 잘 챙겨먹는 저희 ㅎㅎㅎ

김자반에 햇반 끝납니다.

햇반은 차장실에 전자레인지를 통해 따뜻하게 돌려옵니다. 대부분의 차장님들에게 부탁하면 어려움없이 돌려줍니다.

쉴 틈 없이 먹던 해바리가씨

정말 심심하고 무료하니 해바라기씨를 사가세요. 러시아 횡단열차의 바이브입니다.

물론 껍질 안까져있는 해바라기씨를 햄스터마냥 오물오물 껍질 뜯어 먹어야 하지만, 저흰 귀찮으니 까져 있는 해바라기씨를 가져갔습니다. 동네마트에서 저렴히 살 수 있어요.

이 빵 종류 이르쿠츠크 큰 마트에서 저렴한 빵들

나름 아침으로는 빵을 챙겨먹는데 요플레랑 우유랑 같이 사서 먹습니다. 빵도 케바케에요. 그냥 생긴게 먹음직스러워서 

산 빵인데 어떤건 크림치즈에 맛있는데 어떤건 연어가 들어있고.. 근데 비리고.. 하하하.. 고기미트가 들어 있는데 매우 짜고..

하하하.. 경험이죠 뭐 나중에는 맛없는 것들만 남는 기적이 보입니다. 어떻게 처리하냐고요? 가위바위보!

튀김우동 사랑..

한인마트에서 사온 튀김우동.. 사랑입니다. 가운데 참치캔 단백질 냠냠

김자반. 하나면 밥한공기 뚝딱 옆에는 장조림맛 나는 통조림

 

밀카초콜릿 존맛 역시 밀카입니다.
도시락 삼형제

러시아 컵라면은 도시락이 가장 유명합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팝니다. 도시락밖에 안 파는 마트도 더러 있습니다.

이 도시락은 우리나라 도시락라면이 맞습니다. 러시아로 우연히 넘어가서 맛을 전파한 이 도시락이 이젠 러시아국민 컵라면이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합니다. 맛은 역시 한국라면에 러시아느낌 살짝 들어간 맛입니다. 맛있어요.

우리의 친구 알렉셰이랑 죠타 할머니인데요. 알렉셰이에게는 너구리 라면을 선물로 줬는데 맵다면서도 후루룩 후루룩 먹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키 190인데 귀여움)

정차역에서 내려서 스트레칭도 해주고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떻게 살 고 싶은가 러시아와 체첸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등등의

새벽에 깨서 친해졌던 러시아친구들을 보내기도 하고

창 밖을 하루 종일 보기도 하고

가져온 책들을 읽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다 보면 어느덧

모스크바에 도착하였습니다. 전날 밤에 맥주를 왕창 마시고 3시간? 잠들었다 깼는데 도착해서 정신머리랑 정말 생긴게 맘에 안들지만 도착했다는 감격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즈드라스부이쩨 모스코!!

 

러시아그림책과 시베리아 맥주

인생에서 단 한번뿐일 시베리아 횡단열차였습니다.

여러분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에서도 아직 이렇게 데이터도 안 터지고 기본 2~3일씩 걸리는 열차를 러시아 사람들은 이용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 시간들을 아까워 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집에 가서 들뜬 모습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설레는 시간쯤으로 여깁니다. 

하루라도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시간을 헛으로 쓰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저희에게 무한한 시간과 함께 나를 돌아볼 기회를 준 시베리아 횡단열차 인생에서 정말 값진 경험을 하였습니다.